고려대 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서동권(31)씨는 이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 캠퍼스에서의 5개월간 교환학생 출국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돌파하면서 4개월 전에 미리 짜둔 예산 범위를 훨씬 초과한 생활비가 필요해진 것이다.
서씨가 교환학생에 합격하고 출국이 결정된 지난 5월은 원-달러 환율이 1240원(5월 31일 기준)이었는데, 현재(9월 7일 기준)는 140원이 더 올랐다. 미국 현지 숙소의 월세와 관리비, 교통비, 식비 등을 총 계산했을 때 5월보다 월 22만6000원 가량이 늘었다. 5개월 가량 체류한다고 가정하면, 총 113만300원 가량의 생활비가 더 필요한 것이다. 서씨는 “주거·교통비 등 필수 금액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한화 50만~60만원 가량 남아 끼니부터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인 커뮤니티 통해 중고로 자전거·전자레인지 구매하는 등 생활비 아낄 방법 알아보고 있지만 괜찮은 매물은 금방 거래 완료된다고 해 고민이 크다”라고 했다. 서씨는 “의료비도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비싼 것으로 아는데 혹시라도 몸이 아프면 어떻게 해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5개월만에 1380원을 돌파한 가운데, 영미권으로 출국을 앞둔 해외 교환학생 준비생들의 생활비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리 짜둔 예산에 비해 달러 강세로 가용 달러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미리 한인 커뮤니티를 검색하며 중고품 구매를 준비하는 등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미 현지에 가 있는 유학생들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서울 수도권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신모(22)씨는 조지워싱턴대 교환학생에 합격해 지난달 12일부터 워싱턴 D.C.에 체류 중이다. 신씨는 “교환학생 합격 발표가 올해 1월 말에 났는데 그때와 비교해 월세, 식비 등에 드는 돈이 크게 늘었다”며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지불하는 팁(음식값의 15~20%)도 부담스럽다. 최대한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해먹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신씨는 “같이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도 돈을 써야 하니 부담이 크다는 이들이 많다”며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운데 환율이 올라 경제적 부담도 더 심해졌다”고 했다.
지난 7월 6주간 UC버클리 계절교환학생을 다녀온 박모(23)씨도 “비용을 많이 아껴야해 학교에서 식재료를 무료로 나눠주는 ‘푸드 팬트리(Food Pantry)’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환율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빨리 계절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실제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글들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1년 전 등록금을 보낼 때와 비교해보니 현재 환율이 15% 정도 올랐다” “미리 환전을 해두려고 했는데 떨어지기는커녕 더 오르고 있어 걱정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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